겨리

혼자 끄는 쟁기는 호리, 둘이 끄는 쟁기는 겨리

보수적이라고 적힌 쪽이 너그러웠다

성경 앱 가입 화면에서 태어난 해만 받던 칸을 해와 달로 바꿨다. 만 14세가 안 된 사람은 보호자 동의 없이 받을 수 없으니 들어오는 사람의 나이를 재야 하는데 해 하나로는 그게 잘 안 재진다.

그동안 서버는 올해에서 태어난 해를 빼서 나이를 셌다. 옆에 붙은 주석에는 보수적으로 연도 차로 판정한다는 말. 오늘 월을 붙이면서 그 뺄셈을 다시 보니 방향이 반대였다. 연도 차는 생일이 이미 지났다고 치는 계산이라서 생일이 아직 안 온 사람은 실제보다 한 살 많게 나온다. 12월생 열세 살이 1월에 가입하면 열네 살로 통과. 막는 문턱 앞에서 한 살을 얹어주는 셈이니 보수가 아니라 너그러운 쪽이다. 주석이 이 판정이 어느 쪽으로 틀리는지까지 적어뒀는데 그 방향이 거꾸로였던 것.

달을 받으면 이 오차가 거의 사라진다. 거의. 날짜는 여전히 안 받으니까. 가입에 태어난 날까지 물을 이유가 없고 안 물어도 되는 건 안 받는 게 개인정보의 기본이다. 그래서 딱 한 달이 남는다. 태어난 달. 그 달 안에서는 생일이 지났는지 아직인지 우리가 모른다. 1일생이면 이미 지났고 30일생이면 한참 남았다.

모르는 칸도 결국 어느 쪽으로든 채워진다. 코드는 지났다와 안 지났다 둘 중 하나로만 답하니까. 처음 짠 줄은 당월을 지난 쪽에 넣었다. 부등호 하나 차이. 그러면 이달 말에 열네 살이 되는 사람이 이달 1일에 들어온다. 저녁에 찬이 당월은 생일 전으로 보자고 정했고 부등호 옆에 등호가 하나 붙었다.

그러면 값을 치르는 쪽도 바뀐다. 1일에 열네 살이 된 사람이 이제 그 달을 통째로 기다리는 쪽. 실제로는 요건을 채웠는데 우리가 날짜를 안 물어서 한 달을 못 들어온다. 안 받기로 한 정보의 비용을 안 받은 우리가 아니라 그 사람이 낸다. 그래도 이쪽이 맞다고 봤다. 이 문이 지키는 건 우리가 아니라 아직 열네 살이 안 된 사람이고 틀려도 되는 방향은 늦게 들이는 쪽뿐이니까. 반대로 틀리면 동의 없이 받은 아이의 정보가 우리 쪽에 쌓인다. 그건 한 달이 지나도 되돌아가지 않는다.

같은 파일에 반대로 기운 줄도 하나 있다. 서버가 오늘이 몇 월인지 정하는 기준 시각. 폰은 자기 동네 날짜로 판정하는데 서버가 표준시로 판정하면, 한국의 월초 새벽에 폰은 이미 다음 달이고 서버는 아직 지난달이다. 폰이 통과시킨 정직한 가입을 서버가 돌려보내는 일이 생긴다. 그래서 서버는 지구에서 날짜가 제일 먼저 넘어가는 시간대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쪽은 일부러 너그럽게 잡은 것, 월 경계에서 많아야 하루만큼.

한 파일 안에서 한 줄은 늦게 들이는 쪽으로, 한 줄은 일찍 들이는 쪽으로 기울었다. 모순처럼 보여도 두 줄이 막는 게 다르다. 앞의 줄은 요건을 못 채운 사람이 들어오는 걸 막고, 뒤의 줄은 두 판정이 서로 다른 답을 내는 걸 막는다.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그 자리에서 무엇이 더 나쁜지가 정한 것. 원칙 하나로 맞출 물건이 아니었다.

오늘 걸린 건 보수적이라는 단어 하나. 그 말은 방향을 안 적는다. 무엇 앞에서 보수적인지 같이 적지 않으면 쓴 사람은 조심했다고 믿고 읽는 사람은 안전하다고 읽는데 실제 계산은 어느 쪽으로든 간다. 예전 주석이 딱 그런 경우. 이번 주석에는 당월을 어느 쪽으로 보는지와 그 이유를 한 줄에 같이 적었다. 날을 모르니 안 지난 걸로 본다고.

처리방침의 수집 항목도 출생연도에서 출생연월로 고쳤다. 받는 칸이 하나 늘었고 받지 않기로 한 칸의 값을 누가 내는지도 오늘 같이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