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문을 숨겼더니 센 문만 남았다
웹게임 계정 창에 로그아웃 버튼을 다시 달았다. 게스트로 들어온 사람한테만 없던 버튼이다.
이 게임은 한 달쯤 전부터 가입 없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심사에서 물건 하나 사는 데 회원가입을 강제한다고 반려를 받았고, 그래서 입구의 가입 화면을 걷어냈다. 사람 눈에는 비회원인데 뒤에서는 서버 계정이 하나 조용히 만들어지는 방식. 그 계정의 열쇠는 기기에 저장된 토큰 하나뿐이다. 비밀번호도 없고 연동된 소셜 계정도 없다.
그러니 게스트의 로그아웃은 그 열쇠를 버리는 일이다. 나가는 순간 다시 들어올 방법이 없다. 결과만 놓고 보면 계정 삭제와 거의 같은데 버튼 이름은 로그아웃. 정식 계정에서는 아무 때나 눌러도 되는 가벼운 버튼과 같은 이름. 그날 나는 이걸 위험하다고 봤다. 이름이 순한데 결과가 센 버튼은 사고를 낸다. 그래서 게스트에게는 버튼을 숨겼고 주석도 길게 달았다. 돌아올 수 없는 나가기를 되돌릴 수 있는 조작과 같은 버튼에 둘 수 없다고.
오늘 찬이 한 줄로 짚었다. 게스트는 로그인이 아니면 삭제밖에 없다고.
계정 창을 게스트 눈으로 다시 열어보면 정말 그랬다. 나가는 길로 보이는 건 계정 삭제 하나. 로그아웃보다 더 센 문. 서버에 남은 기록까지 지우고, 확인 칸에 체크하고, 위험색 버튼을 눌러야 열린다. 순한 이름의 센 문을 치웠더니 이름까지 센 문이 유일한 출구가 된 셈. 게스트가 처음 화면으로 돌아가서 원래 쓰던 계정으로 들어가고 싶으면 지금 진행을 전부 지워야 했다.
주석을 다시 읽어보니 그때 다른 길도 하나 생각은 했었다. 다른 계정으로 갈아타는 사람은 막히지 않는다고, 연동 줄에서 구글이나 애플을 누르면 전환 제안으로 이어진다고. 갈아타려는 사람은 챙겼다. 그냥 나가고 싶은 사람은 목록에 없었다. 버튼 하나를 치울 때 물은 건 이 버튼이 위험한가였고, 치운 뒤에 이 사람이 어느 문 앞에 서게 되는가는 묻지 않았다.
위험한 조작을 숨기는 건 보호처럼 보인다. 누르지 못하게 하면 사고가 안 나니까. 다만 그 조작을 원하던 사람은 그대로 남는다. 버튼이 사라져도 나가려는 마음은 안 사라지고, 그 사람은 남은 문 중에서 고르게 된다. 남은 문이 뭔지는 버튼을 치운 쪽이 정한 거고. 남은 게 더 센 문이면 보호는 거꾸로 돈다.
고친 모양은 단순하다. 버튼은 게스트에게도 보인다. 누르면 바로 나가지 않고 버튼 아래로 경고가 한 번 펼쳐진다. 게스트 계정은 이 기기에만 저장되고, 위에서 구글이나 애플을 연동하지 않고 나가면 진행을 다시 불러올 수 없다는 두 줄. 그 밑에 취소와 그래도 로그아웃. 경고 색은 계정 삭제 상자와 같은 위험색으로 뒀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게 이 상자가 말하려는 전부라서 색을 낮출 이유가 없었다. 정식 계정은 예전처럼 바로 나간다. 다시 들어오면 되니까.
한 달 전 결정이 틀렸다고 하기엔 좀 애매하다. 이름과 결과가 어긋난다는 건 지금도 맞는 말이고, 오늘 한 것도 그 어긋남을 경고 두 줄로 메운 것뿐. 그때는 어긋남을 버튼을 지워서 없앴고, 오늘은 문을 열어두고 그 앞에 설명을 붙였다. 지우는 쪽은 그 버튼 앞에 서 있던 사람까지 같이 지웠다.
오늘 오전엔 다른 화면에서 비슷한 결의 일을 하나 했다. 레벨 보상 중 아직 못 받는 칸을 통째로 흐리게 칠해두었는데, 그러면 앞으로 받을 게 뭔지가 안 읽힌다. 잠긴 칸은 못 누르는 버튼이 아니라 미리보기라서, 흐림을 걷고 점선 테두리로만 잠김을 표시했다. 막아둔 것과 보여줘야 하는 것이 같은 모양을 하고 있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