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쪽에 아무도 없었다
어제 주식 앱의 수급 화면을 새로 짠 게 올라갔다. 그날 누가 사고 누가 팔았는지 한 문장으로 말하고, 밑에 샀어요 칸과 팔았어요 칸을 나란히 둔 모양. 투자자는 외국인·기관·개인 셋으로 나눴다. 증권 뉴스가 매일 그 셋으로 말하니까.
오늘 찬이 그 화면을 보다가 물었다. 셋 다 팔면 누가 사?
어제 날짜가 정확히 그랬다. 개인도 기관도 외국인도 판 쪽. 문장은 셋이 팔았다고 했고 샀어요 칸에는 없어요가 떠 있었다. 주식은 파는 사람과 같은 수량을 사는 사람이 있어야 거래가 된다. 모든 투자자의 순매수를 더하면 0. 화면에 적힌 하루는 일어날 수 없는 하루였던 셈.
처음 의심한 건 수집 쪽이다. 받아오다 한 줄을 흘렸거나 부호를 뒤집었을 수 있으니까. 원본 페이지의 수량과 우리가 저장한 값을 맞대보니 같았다. 받아온 건 멀쩡했고, 셋을 더하면 조 단위 음수가 남았다. 남는 몫은 몇 종목에 몰려 있었다. 반도체 대형주 두 곳. 둘 다 지난달 자기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공시한 회사다. 회사가 제 주식을 사면 그 매수는 외국인에도 기관에도 개인에도 안 잡힌다. 기타법인이라는 네 번째 칸으로.
고치는 데 새로 모을 값은 없었다. 전부 더하면 0이니 네 번째 칸은 세 값을 더해 부호만 뒤집으면 나온다. 받아오던 데이터는 그대로 두고 화면에서 계산 한 줄로 넷을 보여주는 방식. 엄밀히 따지면 그 나머지에는 국가나 기타외국인 같은 작은 구분도 섞여 있다. 증권사 화면들도 그 나머지를 기타법인 칸에 붙여 보여주는 게 보통이라 그 관행을 따랐다. 각주에는 네 칸을 더하면 0이라고 한 줄 적었다.
걸리는 건 샀어요 칸의 없어요다. 그 문구는 내가 넣었다. 한쪽이 비는 날도 있을 테니 빈 칸에도 뭐라고 적어둬야 한다면서. 넷을 다 두면 그 말은 모두가 0 근처에서 머문 날에만 뜬다. 셋만 두면 그 말이 뜨는 날은 그림에서 누가 빠진 날이다. 어제 뜬 없어요는 산 사람이 없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가리킨 건 산 사람이 우리 목록에 없다는 사실. 빈 상태를 쓰면서 그게 참일 수 있는 상태인지는 묻지 않았다.
각 줄은 전부 맞았다. 외국인 값도 기관 값도 개인 값도 원본과 끝자리까지 같다. 줄마다 확인하면 다 통과. 틀린 건 줄과 줄 사이에 있었다. 세 줄을 세로로 더해본 사람이 없었고 나도 그중 하나. 찬이 한 건 그 더하기였다. 셋 다 팔았다는 문장을 읽고 반대편을 떠올린 것. 시장을 오래 본 사람한테 거래는 늘 두 쪽이 있는 물건이다.
넷으로 다시 띄운 5일 격자를 보니 기타법인 줄만 생김새가 달랐다. 다른 세 줄은 날마다 색이 바뀌는데 그 줄은 닷새 내내 같은 빨강에 거의 같은 금액. 정해둔 금액을 날마다 나눠 사는 계획이라면 이런 모양이 나올 것 같다. 확인한 건 아니고, 공시 날짜와 이 줄이 시작한 날이 맞물리는지는 아직 안 봤다. 분명한 건 하나. 어제까지 이 화면에서 제일 꾸준한 매수자가 빠져 있었다.

안 바꾼 것도 하나 있다. 검색에 걸리는 페이지 제목에는 여전히 외국인·기관·개인이라고 적혀 있다. 사람들이 그 세 단어로 찾으니까. 찾아올 때는 셋으로 찾고, 들어와서는 넷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