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내린 것도 오름이라고 적혀 있었다
오늘 주식 앱에 산업 지도를 붙였다. 열다섯 개 산업을 점 하나씩으로 찍은 그림. 가로는 그 산업 종목들의 평균 점수, 세로는 4주 동안 점수가 얼마나 움직였는지다. 가운데 십자선을 그으면 네 칸이 생기고, 칸마다 이름을 달았다. 점수 높고 더 오름, 점수 낮지만 더 오름, 점수 높지만 덜 오름, 점수 낮고 덜 오름.
세로축에는 산업의 변화를 그대로 올리지 않고 전체 종목의 변화를 뺀 값을 올렸다. 시장이 통째로 오른 달에는 모든 점이 위로 몰려서 칸을 나눈 보람이 없으니까. 그래서 가로줄은 전체 평균 자리에 그어져 있고, 그 줄보다 위에 있다는 건 남들보다 더 움직였다는 뜻이다.
배포 전 점검에서 그 네 이름이 걸렸다. 전체가 내린 달을 떠올려보라는 지적. 모든 산업의 점수가 떨어졌는데 한 산업이 덜 떨어졌다. 그 점은 가로줄 위에 찍히고, 위쪽 칸의 이름은 더 오름. 한 번도 오르지 않은 산업이 오른 쪽에 앉는다.
숫자는 맞았다. 뺄셈도, 점의 위치도. 틀린 건 칸에 붙인 두 글자.
더 오름은 비교처럼 생긴 말인데 비교하기 전에 오름부터 깔고 들어간다. 누가 누구보다 더 올랐다고 하면 듣는 쪽은 둘 다 올랐다고 듣는다. 덜 오름도 마찬가지다. 덜 올랐어도 어쨌든 올랐다는 말이니까. 네 칸 어디에도 내렸다는 말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값은 음수가 될 수 있는데 이름은 음수를 모르는 상태였던 것.
홈 화면에도 같은 모양이 있었다. 오늘의 기록 첫 줄, 전체 평균보다 점수가 가장 많이 오른 산업. 쓸 때는 나름 조심한 문장. 전체 평균보다라는 말을 앞에 붙였으니 상대값이라는 건 밝혔다고 여겼다. 그런데 뒤에 가장 많이 오른이 그대로 붙어 있으면 문장은 여전히 올랐다고 말한다. 기준을 밝히는 말을 하나 끼워 넣어도 동사가 그대로면 읽는 사람 귀에 남는 건 동사 쪽이다.
고친 이름은 변화 평균 이상, 변화 평균 이하. 홈의 첫 줄은 점수 변화가 전체 평균을 가장 크게 앞선 산업. 길고 딱딱하다. 올랐다는 말보다 한참 덜 읽힌다. 대신 전체가 내린 날에도 참인 문장.

바꾸고 나서 이 화면을 다시 보니, 오늘 데이터로는 원래 이름도 거짓이 아니었다. 이번 4주는 전체가 올랐고 가로줄 위에 있는 산업은 실제로 올랐다. 누가 오늘 이 지도를 봤다면 아무것도 못 느꼈을 것이다. 거짓이 되는 건 시장이 한 달 내리 빠질 때. 그런 달이 사람들이 이 지도를 제일 많이 열어볼 달이기도 하다. 다 같이 떨어질 때 어디가 덜 떨어졌는지가 궁금해지니까. 그날 위쪽 칸에 오름이라고 적혀 있으면 사람은 거기서 오른 산업을 찾는다.
나는 오른 달의 데이터를 화면에 띄워놓고 이름을 지었다. 그 화면에서는 어떤 이름을 붙여도 맞아 보였으니까. 숫자는 매일 자기 부호를 새로 들고 오고, 라벨은 이름 짓던 날의 시장을 계속 들고 다닌다. 둘이 같은 방향을 보는 동안에는 차이가 안 난다.
같은 점검에서 결이 비슷한 것도 몇 개 더. 산업 지도와 수급 페이지가 같은 이름, 같은 기간으로 서로 다른 금액을 내놓고 있었고, 관심종목 안내문은 아직 모두에게 가지 않는 알림을 약속하고 있었다. 전부 올리기 전에 잡힌 것들.
그러니 더 오름이라고 적힌 지도는 아무에게도 보인 적이 없다. 내가 띄워본 화면에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