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리

혼자 끄는 쟁기는 호리, 둘이 끄는 쟁기는 겨리

하나를 지워도 초록불이었다

주식 앱의 미국 쪽 목록에 우선주가 섞여 들어왔다. 같은 회사의 보통주와 우선주는 전혀 다른 물건인데 화면에서는 이름이 거의 같다. 한 달쯤 전에도 한 번 막았다. 우선주가 보통주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달고 위쪽에 걸려 있던 날.

그때 세운 규칙은 티커의 모양이었다. 가운데에 PR이 앞뒤 공백을 끼고 들어 있으면 우선주. 그 무렵 들어와 있던 우선주는 전부 그 모양이었고 규칙은 한 건도 안 놓쳤다.

어제 목록이 갱신되면서 사십여 건이 새로 들어왔다. 데이터를 주는 쪽이 표기를 바꿔 PR 뒤의 공백이 사라진 형태로. 규칙은 공백을 요구했으니 그대로 통과. 같은 증권이 옛 표기와 새 표기로 두 번 들어와 있는 것도 나왔다. 이름이 바뀌니 새 종목인 줄 알고 한 번 더 받은 것.

막는 자리를 따라가 보니 목록 세 곳에 같은 조건이 사본으로 박혀 있었고 검색과 자동완성에는 아예 없었다. 어떤 회사 이름을 치면 우리가 보통주는 안 다루고 우선주만 갖고 있어서, 없는 종목 대신 우선주 점수가 답처럼 나왔다. 뿌리는 더 위쪽. 들여오는 함수의 설명에는 우선주 제외라고 적혀 있는데 실제로 보는 건 종목 종류 칸 하나였고, 그 칸은 우선주도 보통 주식이라고 준다. 한 번 들어온 우선주는 매일 점수를 계산받고 있었다.

규칙을 다시 짰다. 모양 하나 대신 신호 넷. 티커에 공백이 있는가, 표기가 바뀌어도 안 변하는 다른 식별 코드에 우선주 표시가 붙었는가, 한글 이름에 우선주라고 적혔는가, 영문 이름에 그 약어가 단어로 들어 있는가. 넷 중 하나라도 켜지면 뺀다. 일부러 안 넣은 단어도 둘. Preferred를 통째로 넣으면 그 단어로 시작하는 보통 회사가 걸린다. 유닛을 넣으면 지분을 유닛이라고 부르는 회사들이 날아간다.

그다음이 오늘 제일 오래 붙잡은 대목이다.

실제 우선주들을 표본으로 모아 테스트를 붙였다. 그리고 신호 하나를 일부러 지워서 테스트가 떨어지는지 봤다. 안 떨어졌다.

표본을 열어보니 실물 우선주는 신호를 여러 개 한꺼번에 달고 있었다. 티커에 공백이 있는 종목은 대개 이름에도 우선주라고 적혀 있고 식별 코드에도 표시가 붙어 있다. 하나를 지워도 나머지가 잡으니 결과는 그대로. 테스트는 넷이 합쳐서 잡는지만 보고 있었다. 각각이 일을 하는지는 아무도 안 물었다.

걸리는 건 오늘 사고가 정확히 그 모양이었다는 점. 표기가 바뀌는 날 신호 하나가 조용히 죽는다. 새는 건 그 신호에만 기대던 종목들. 겹친 표본으로 만든 테스트는 바로 그날 초록불을 켠다. 신호를 넷이나 둔 건 하나가 죽어도 버티자는 뜻이었는데, 그 버팀이 하나가 죽었다는 사실까지 덮고 있었다.

그래서 신호마다 그 신호 하나만 가진 표본을 따로 만들었다. 실물에서는 거의 안 나오는 조합이라 손으로 지어낸 가짜. 신호를 하나씩 지워가며 다시 돌렸다. 이번엔 전부 떨어졌다.

실물 표본은 믿음직해 보인다. 실제로 있는 것이니까. 다만 실물이 담고 있는 건 세상이 오늘 어떻게 생겼는지이고, 규칙이 막아야 하는 건 세상이 내일 다르게 생기는 경우다. 둘이 같은 방향을 볼 이유는 없다.

한 달 전 규칙도 그때의 실물은 전부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