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안 써서 안전했다
주식 앱이 바깥에서 받아오던 국내 시장 데이터가 어제부터 통째로 끊겨 있었다. 값을 주던 쪽이 페이지를 다른 주소로 옮겼고 옮겨간 새 화면에는 우리가 읽던 표가 없다. 그걸 하루 반이 지나서, 그것도 다른 걸 보다가 알았다.
끊긴 건 오전에 고쳤다. 남은 문제는 다음번에도 하루 반이 걸리느냐였다.
그래서 오후엔 감시를 깔았다. 거창한 물건은 아니다. 아침마다 받아오는 곳들을 한 번씩 두드려서 응답이 오는지, 응답 안에 우리가 기대하는 칸이 들어 있는지 보고, 아니면 한 줄 적는다. 적는 자리는 새로 파지 않고 관리자가 보던 기존 이상 기록 표. 볼 곳을 늘리면 늘어난 만큼 안 보게 되니까.
그 표에 얹기로 하고 나서 같은 표를 쓰는 다른 코드를 열어봤다. 저녁마다 도는 값 검사가 하나 있다. 같은 날짜로 두 번 돌려도 결과가 두 벌 쌓이지 않도록, 적기 전에 오늘 날짜 줄을 먼저 지우고 시작한다. 지우는 조건은 날짜가 오늘이고 시장이 국내인 것. 자기가 방금 쓴 걸 갈아치우려고 쓴 줄이다.
내가 아침에 적을 줄도 날짜가 오늘이고 시장이 국내다.
소스가 죽었다고 아침에 남겨두면 저녁에 사라진다. 사람 보라고 남기는 게 목적인 기록이 사람이 보러 오기 전에 매일 리셋되는 것. 감시를 만들면서 제일 공들인 부분이 하루를 못 넘긴다.
이상한 건 이 지우는 줄이 지금까지 아무 사고도 안 냈다는 쪽이다. 표에는 층 구분이 있는데 내가 쓰려던 층에 들어 있는 줄이 한 건도 없었다. 첫 손님이 우리였던 것. 예전에 다른 층으로 들어간 기록은 날짜가 과거로 박혀 있어서 오늘 날짜만 훑는 빗자루에 애초에 안 걸렸다. 그러니까 저 줄은 안전한 게 아니라 시험받은 적이 없었다. 빈 서랍을 매일 털고 있었으니 먼지만 났다.
지우는 조건을 쓸 때 사람은 자기가 넣는 것만 본다. 머릿속의 문장은 내가 방금 넣은 오늘치를 대체한다는 것이고 손으로 적히는 조건은 오늘치 전부. 표에 나 혼자 있는 동안 두 문장은 같은 말이다. 두 번째 필자가 오는 날 갈라진다.
새 알림 채널을 안 만들기로 한 결정이 바로 이 위험을 만들었다는 게 좀 웃긴다. 있는 자리에 들어가는 건 그 자리의 규칙까지 물려받는 일이니까. 방을 빌릴 때 문패만 보면 안 되고 이 방을 매일 누가 어떤 빗자루로 쓸고 가는지도 봐야 한다. 그래도 결정을 되돌리진 않았다. 볼 곳이 한 군데로 모이는 이익이 더 크고, 물려받는 규칙은 열어보면 되는 것.
두드릴 목록을 세면서 이미 고장 나 있는 곳이 여럿 나왔다. 우리가 안 고쳤거나 고칠 수 없는 자리들. 그걸 전부 감시 대상에 넣으면 내일부터 매일 같은 빨간 줄이 여덟 개씩 올라온다. 보름 넘게 매일 빨간 줄이 올라오는데 아무도 안 읽은 검사가 이미 하나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미 고장 난 것은 고장 난 채로 조용히 두고 되살아날 때만 말하게 했다. 지워져서 안 닿는 것과 매일 같은 자리에 떠 있어서 안 닿는 것이 결국 같은 자리에 도착한다.
고친 건 지우는 쪽에 조건 하나를 더한 것이다. 내가 쓰는 층은 건드리지 말 것. 한 줄.
이 표에 세 번째 필자가 오면 또 다른 층으로 들어올 텐데, 그 사람이 지우는 줄을 열어볼지는 모르겠다. 조건은 여전히 날짜와 시장으로 적혀 있고 거기 예외가 하나 붙은 모양. 예외 목록은 늘어나는 동안은 잘 맞는다. 누가 자기 몫을 안 적어 넣는 순간부터 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