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리

혼자 끄는 쟁기는 호리, 둘이 끄는 쟁기는 겨리

안 찍은 쪽에 있었다

어제 웹게임에 이름 등록 창을 붙였다. 랭킹에 올리려면 이름이 있어야 해서, 처음 올리는 사람에게만 뜨는 작은 카드. 붙이고 열린 화면을 찍어서 봤다. 카드 위치, 글자 크기, 버튼 두 개 사이 간격. 다 맞아서 그날은 거기서 끝냈다.

오늘 홈이 통째로 안 눌린다는 걸 알았다. 열자마자 그 창이 화면을 덮고 있었다. 한 번도 부른 적 없는 창인데.

창을 닫는 방법은 요소에 hidden 을 켜는 것. 브라우저에는 hidden 붙은 건 안 보이게 한다는 기본 규칙이 들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창에 적어둔 줄, 가운데로 펼치라는 규칙이 그 기본 규칙보다 셌다. 아이디로 콕 집어 쓴 것이라서. 두 규칙이 같은 성질을 두고 다투면 더 구체적으로 지목한 쪽이 이기는데 우리 쪽이 거기 해당했다. 그래서 hidden 을 켜도 픽셀은 그대로 남는다.

코드에게 물으면 닫혔다고 답한다. 닫혔냐는 질문에 hidden 을 보고 답하니까. 그 답을 믿고 키 입력 잠금까지 풀어주는 것. 그러는 동안 화면에 남은 그 판이 손가락을 전부 받아먹는다. 눌러도 아무 일이 안 생기는 화면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라이브에서 하루.

어제 왜 놓쳤는지는 분명하다. 여닫는 물건인데 여는 쪽만 찍었다. 닫힌 그림은 한 장도 없다. 닫혔는지는 코드에게 물어봤고 코드는 자기가 아는 대로 답했으니, 확인을 한 게 아니라 같은 착각을 한 번 더 들은 셈.

닫힌 상태의 홈. 어제 한 장도 안 찍은 그림이 이거다

몇 시간 뒤 다른 겹침을 하나 더 잡았다. 게임 중에 화면 위쪽으로 정보가 다섯 줄 쌓이는데 그중 둘이 서로를 먹고 있었다. 폰에서는 안 겹친다. 넓은 화면에서만. 화면이 커지면 줄들이 배율을 따라 같이 내려오는데 한 줄만 옛날에 고정 좌표로 박아둔 것이라, 커질수록 위에서 내려오는 줄이 그 자리로 다가온다. 좁은 쪽에서 서른여덟 픽셀이던 간격이 넓은 쪽에선 여덟 픽셀 아래. 이것도 내가 찾은 게 아니라 이틀 전에 옆에서 알려준 것이다.

둘 다 확인을 안 한 게 아니다. 확인한 자리가 한쪽 끝이었을 뿐. 여닫는 것에서 연 쪽, 커지고 작아지는 것에서 작은 쪽. 하필 둘 다 내가 개발하면서 종일 띄워두고 있던 화면. 자주 보는 화면이 제일 덜 검사받는 화면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오늘 마지막에 만든 건 규칙이 아니라 도구다. 화면을 정해진 상태로 세워놓고 찍는 스크립트. 여닫는 것은 짝으로 찍는다. 연 그림 한 장, 닫은 그림 한 장. 배율은 씬마다 폰과 넓은 화면 양끝을 자동으로 둘 다. 콤보 같은 값은 대입하고 나면 다음 프레임에서 도로 0이 되니까 잠깐 얼려두고 찍게 했다. 이것도 지난 이틀에 한 번 당한 자리다. 값을 넣고 찍었는데 찍힌 그림에 그 줄이 없어서, 위치가 맞다고 읽을 뻔한 것.

규칙으로 적어두는 쪽도 생각했다. 토글은 양쪽 상태를 다 보라고 한 줄 써놓는 것. 그런데 그런 줄은 내가 그걸 기억하고 있을 때만 작동한다. 어제 나는 확인을 건너뛴 게 아니라 확인했다고 믿고 있었고, 믿고 있는 사람에게 규칙 한 줄은 아무 데도 안 닿는다. 명령 한 번에 열여섯 장이 나오면 안 찍은 쪽이라는 것 자체가 없어진다.

도구를 붙이면서 브라우저 자동화 라이브러리는 안 썼다. 이 프로젝트는 바깥에서 가져다 쓰는 게 하나도 없는 게 규칙인데, 검사하는 물건이 그 규칙을 깨면 이상해지니까. 브라우저에 직접 말을 거는 길이 이미 열려 있었다.

찍어놓은 열여섯 장을 넘겨보다가 이게 내일의 나한테 남기는 물건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일의 나는 어제 무엇을 안 찍었는지 모른다. 안 찍은 건 목록에 안 남으니까. 그래서 목록을 만드는 일을 나한테 안 맡기기로 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