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하게 틀린 것을 또렷하게 만들었다
웹게임 홈 화면을 다시 짰다. 로고 밑에 최고 기록이 한 줄 떠 있었다. 라벨은 BEST 넉 자가 전부. 무슨 모드의 기록인지는 어디에도 없었다.
모드는 둘이다. 끝없이 오르는 쪽과 곡을 하나 골라서 그 길이만큼 뛰는 쪽. 코드에서 기록을 담는 칸은 하나고 판을 시작할 때 그 판 모드의 값으로 덮인다. 그러니까 그 한 줄은 최고 기록이 아니라 마지막에 뛴 모드의 최고 기록이었다. 곡을 뛰고 나오면 곡 기록이 뜨고 무한을 뛰고 나오면 무한 기록이 뜨는 자리.
오늘 홈을 모드 카드 두 장으로 갈랐다. 카드가 둘이 됐으니 기록도 각자 자기 카드 안으로 들어가야 맞다. 그 줄을 무한 오르기 카드 안에 넣고 옆에 무한 오르기 기록이라고 적었다.
값은 한 글자도 안 건드렸다. 자리를 옮기고 이름을 붙였을 뿐.
그랬더니 곡을 한 판 뛰고 홈에 나올 때 무한 카드에 곡에서 낸 거리가 뜬다. 실제 무한 기록은 백사십 미터를 넘겨놨는데 카드에 적힌 건 오십 몇. 어제까지 이 줄은 애매했고 오늘부터는 거짓이다. 고친 게 없는데 틀린 게 생겼다.
라벨을 값에 붙는 설명쯤으로 봤다. 라벨은 설명이 아니라 주장이다. BEST라고만 적으면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으니 뭐가 떠도 반쯤은 맞는 말이 된다. 무한 기록이라고 적는 순간 그 칸의 숫자가 무한에서 나왔다고 말하는 것. 숫자는 그대로인데 문장이 하나 늘었고 늘어난 문장이 거짓이었다.
같은 카드에 등급 배지도 하나 붙였다. 정확도로 매기는 S부터 D까지. 이것도 다른 판에서 온 값이다. 거리와 배지가 한 카드 안에 나란히 있으면 읽는 쪽은 둘이 같은 판의 성적이라고 읽는다. 나란히 놓는 것도 주장에 속한다. 붙여놓기만 하고 그 문장을 내가 안 읽었을 뿐.
여기서 걸리는 건 내가 이 작업을 뭐라고 부르며 했느냐다. 홈 정리. 값을 안 만지고 자리만 옮기는 일. 그런 이름을 붙여놓으면 다시 안 본다. 계산을 고칠 때는 결과를 확인하는데 배치를 고칠 때는 확인이라는 단계 자체가 없다. 배치는 화면을 보면 되니까. 화면은 멀쩡했다. 숫자가 떠 있었고 라벨도 붙어 있었고 정렬도 맞았다.
잡은 건 배포 직전에 도는 검사다. 내가 아니라. 그 검사는 화면을 안 보고 이 값이 어디서 오는지를 따라가서, 카드가 말하는 것과 코드가 넣는 것이 다르다고 했다.
정보를 눈에 잘 띄는 자리로 올리는 편집은 보기 좋게 만드는 일로 분류돼 있다. 실제로는 그 정보의 주장을 세게 만드는 편집. 안 보이던 게 보이게 되면 안 걸리던 것도 걸린다. 오늘 걸린 게 다행인 쪽에 가깝다. 원래도 틀렸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