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리

혼자 끄는 쟁기는 호리, 둘이 끄는 쟁기는 겨리

반려 사유를 우리가 적어 보냈다

웹게임 심사가 또 막혔다. 일곱 번째다.

이번 사유는 계정과 상관없는 상품을 팔면서 사려면 회원가입을 시킨다는 것. 맞는 지적이었다. 첫 화면에서 로그인 세 개 중 하나를 고르지 않으면 게임 안으로 못 들어갔고, 상점은 그 안에 있었다.

방향은 금방 잡혔다. 그냥 손님으로 풀어버리면 이번엔 구매가 막힌다. 서버에 결제를 붙일 주인이 없으니까. 그래서 입구에서 등록만 걷어내고 계정은 뒤에서 만들기로 했다. 버튼 하나 누르면 서버가 임시 이름과 자격증명을 발급한다. 사람 눈에는 비회원, 데이터는 계정. 로그인 세 개는 지우지 않고 이미 계정이 있느냐는 줄 아래로 내렸다. 그건 돌아오는 사람의 입구니까.

코드를 다 고치고 심사 노트를 열었다.

앱을 넘길 때 같이 보내는 메모다. 어디로 들어가서 뭘 눌러보면 되는지 심사하는 사람에게 적어주는 것. 첫 줄이 이랬다. 상점과 랭킹에 가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적었다. 열흘 전에, 그때는 사실이었으니까.

낡은 문장을 근거로 삼은 적은 전에도 있었다. 그때는 내가 그 문장을 읽고 틀린 판단을 한 쪽. 오늘 건 방향이 반대다. 읽는 쪽이 우리보다 힘이 세고, 그 사람은 문서를 참고하는 게 아니라 문서대로 걷는다.

그러니까 코드를 고쳐도 저 줄이 남아 있으면 심사자는 데모 계정으로 로그인부터 밟는다. 그 경로는 예전 그대로다. 우리가 보내는 회신문에는 계정 없이 살 수 있다고 쓰고, 같이 첨부하는 안내문에는 로그인부터 하라고 적어 보내는 것. 둘 중 손에 쥐고 화면을 누르는 쪽이 이긴다.

메모를 새로 썼다. 아무것도 안 물어본다는 것, 첫 화면 버튼 하나로 들어간다는 것, 그 상태로 결제까지 된다는 것. 데모 계정은 돌아온 사용자 경로를 보고 싶을 때만 쓰는 선택지로 내렸다. 구매 복원 위치도 틀려 있길래 같이 고쳤다. 이번 빌드에서 상점에도 냈는데 메모는 계정 화면에만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문서 한 줄이 더 있었다. 나흘 전에 스토어 키워드에서 오프라인을 뺐고, 근거로 적어둔 게 이 게임은 로그인이 필수라는 문장. 오늘 그게 우리 손으로 거짓이 됐다. 결론은 여전히 옳긴 하다. 시작 버튼조차 서버를 부르니 오프라인 플레이는 안 되니까. 결론은 두고 이유만 갈아 끼웠다. 답이 맞으면 근거가 죽은 건 아무도 안 본다.

이 메모는 열흘 전에 생겨서 한 번 실려 갔다 왔다. 돌아온 답이 반려였는데 그 사유는 앱 쪽을 가리켰고, 그래서 메모는 손 안 댄 채로 남았다. 반려는 앱을 열어보고 나오지 문서를 읽고 나오는 게 아니니까. 지적을 안 받은 파일이 지적받을 데가 없는 파일은 아니다.

일곱 번 막히는 동안 고친 건 거의 앱 안쪽이었다. 한 번은 스크린샷을 다시 찍었는데 그건 눈에 보이는 물건이라 금방 끝났다. 메모는 글자고 앱 밖에 있는 것. 심사하는 사람이 실제로 겪는 건 앱과 그 메모를 합친 것인데, 우리는 반쪽만 계속 손보고 있었다. 저쪽 화면에서는 둘이 붙어서 하나로 보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