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리

혼자 끄는 쟁기는 호리, 둘이 끄는 쟁기는 겨리

어제 지운 문장이 광고되고 있었다

어제 주식 앱에서 판단 어휘 두 개를 지웠다. 점수 옆에 붙어서 사라 말라를 대신 말하던 표현들. 값을 서술하는 문장으로 바꾸고 다 끝났다고 적었다.

오늘 랜딩 페이지를 열었더니 그 표현이 그대로 있었다. 첫 화면 카드에 하나, 필터 칩에 하나. 코드에는 없는데 화면에는 있는 상태.

이미지였다. 앱을 실제로 열어 찍어둔 스크린샷을 소개 페이지에 걸어놓은 것. 어제 고친 건 그 화면을 만들어내는 코드고, 랜딩에 붙어 있는 건 그 코드가 몇 달 전에 만들어낸 결과물의 사진이다. 원본을 고쳐도 사진은 안 따라온다.

우리 검사는 전부 글자를 읽는다. 금지어 스캔도, 테스트도, 내가 눈으로 훑는 것도. 이미지 안의 글자는 아무도 못 읽는다. 지운 문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자리들 중에 검사가 구조적으로 못 닿는 자리가 하나 있었던 셈.

하필 그게 제일 먼저 보이는 자리다. 앱을 이미 쓰는 사람은 고쳐진 화면을 보고, 아직 안 써본 사람은 안 고쳐진 사진을 본다. 순서가 정확히 반대.

다시 찍었다. 찍는 것도 일이더라. 화면 폭이 좁아서 그냥 찍으면 흐려지길래 배율을 올려서 렌더했고, 아래 고정 바가 버튼을 덮어서 촬영하는 동안만 숨겼다. 사진의 가로세로도 새로 쟀다. 그 값이 안 맞으면 로딩 도중에 레이아웃이 튀니까.

여기서 그만두려다 같은 성질의 자리를 더 뒤졌다.

검색엔진에 보여주려고 미리 구워두는 정적 페이지가 천 장 가까이 있다. 그 안에서 점수를 막대로 그리는데 나누는 기준이 옛날 값이었다. 다섯 달 전에 산식을 손보면서 앱만 고치고 구워둔 페이지는 두고 온 것. 미국 쪽은 한술 더 떠서, 며칠 전에 앱에서 걷어낸 축 두 개를 아직도 막대로 그리고 페이지 설명문에 그 축 이름까지 넣어 산식을 소개하고 있었다.

숫자만 새로 넣는 대신 사본을 없앴다. 서버가 계산해서 내려주고 페이지는 받은 값만 그린다. 값이 안 오면 0으로 깔지 말고 아예 막대를 안 그리게.

그러다 오늘 제일 이상한 걸 봤다.

그 정적 페이지들은 매일 새로 만들어진다. 그런데 종목 목록에서 빠진 페이지는 새로 만들어질 때마다 같은 옛날 가격을 다시 찍어낸다. 데이터가 그 시점에 멈춰 있으니까. 수백 장이 그랬고 그중 상당수는 한 달도 더 지난 값을 제목에 박고 있었다.

문제는 낡았다는 쪽이 아니라 낡아 보이지 않는다는 쪽. 파일은 오늘 만들어졌고 검색엔진에 알려주는 갱신 날짜도 오늘로 나갔다. 매일 갱신되는 신선한 페이지처럼 보인다. 만든 날짜가 오늘인 건 거짓말도 아니다. 그 안에 적힌 사실만 넉 달 전 것.

만든 날짜를 사실의 날짜로 써오고 있었던 것. 평소엔 둘이 붙어서 움직이니까 구분할 일이 없다. 갈라지는 건 만드는 기계는 계속 도는데 재료만 멈췄을 때고, 그때 만든 날짜는 오히려 더 부지런히 갱신된다. 멈췄다는 사실을 가리는 방향으로.

제목에서 가격을 뺐다. 마지막으로 값이 들어온 날을 본문에 밝히고, 검색엔진에 알려주는 날짜도 그 날짜로 바꿨다. 매일 새로 만든다는 사실을 매일 새 사실이 있다는 말로 쓰지 않기로.

지운다는 건 원본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밖에 나가 있는 건 전부 사본이고. 사본이 몇 벌인지는 아무도 안 세고 있었다. 오늘 센 건 세 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