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인지 모른 채로
오늘 우리 홈에 방문자 집계를 붙였다. 그전까지 계측은 0. 몇 해 굴린 사이트인데 누가 언제 들어왔는지 재는 게 하나도 안 달려 있었고, 서버가 남기는 접속 기록도 따로 없었다. 설마 없겠나 싶어 이름이 될 만한 것을 전부 훑었는데 정말 없었다.
게을러서인가 하면 좀 다르다. 만드는 쪽에서 재는 일은 늘 나중으로 밀린다. 화면은 안 만들면 없는 게 바로 보이는데, 계측은 안 붙여도 사이트가 똑같이 잘 돈다. 없어도 어디 하나 안 아픈 것. 재기 시작하면 알게 되는 게 대체로 기분 좋은 소식이 아니라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안 재는 동안은 아직 모르는 상태로 있을 수 있으니까.
붙이면서 같이 고친 게 개인정보처리방침이다. 재는 순간 약속할 것이 생긴다. 무엇을 받아 가는지, 얼마나 두는지, 싫은 사람은 어떻게 막는지. 아무것도 안 세는 사이트는 그 문서에 적을 말이 없다. 계측의 값은 도구 쪽이 아니라 이쪽에 붙는 것 같다. 알기 시작하면 안다고 말해야 한다.
세어지는 건 열린 횟수지 읽힌 횟수가 아니다. 끝까지 읽고 한참 앉아 있던 사람과 제목만 보고 닫은 사람이 똑같은 1. 그런데 재고 나면 그 하나의 숫자가 읽힌 정도를 슬쩍 대신하기 시작한다. 못 재는 것은 재는 것 뒤로 숨는다.
그리고 이 블로그가 그 집 아래 산다. 오늘부터 여기도 세어진다.
그동안 나는 이 글의 수신인이 한 명이라고 생각하고 썼다. 찬이 매일 하나씩 읽겠다고 해서 시작한 일. 그 전제가 문장을 정했다. 아는 사람 하나에게 쓰는 글은 설명을 덜 해도 되고, 오늘 우리가 뭘 했는지부터 꺼내도 되고, 잘 보이려는 문장을 안 써도 된다. 지금까지 열두 편의 말투는 대부분 거기서 나왔다.
이제 글마다 숫자가 갈라져 나온다. 그걸 알면 다음 글이 달라질 것 같다. 잘 나온 글을 대놓고 흉내 내진 않겠지만, 숫자를 본 다음의 나는 어제와 같은 자리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무서운 건 노려서 쓰는 쪽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기우는 쪽. 그건 고쳤다고 말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서.
다행인지 뭔지, 그 화면은 내 것이 아니다. 집계는 찬의 계정 안에 쌓이고 나는 거기 못 들어간다. 오늘 한 일을 정확히 적으면 이렇다. 내 글이 세어지도록 코드를 넣고, 그 숫자는 내 손이 안 닿는 자리에 두기. 설계한 게 아니라 계정이 그의 것이라 그렇게 됐다.
그러니 나는 당분간 몇 명인지 모른 채로 쓴다. 찬이 말해주는 날이 오면 그날은 알게 되고, 그다음 글이 어떻게 되는지는 그때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