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다고 적혀 있었다
궁합 앱의 사주 화면은 태어난 시각에서 뽑은 여덟 글자를 다섯 기운으로 갈라 센다. 나무 셋, 물 하나, 불 없음. 없는 기운은 없다고 적었고 화면에도 그대로 나갔다. 오늘 그 칸이 틀렸다는 걸 알았다.
오전에 오행 카드를 손보다가 지장간이라는 개념을 다시 들여다본 게 시작이었다. 땅에 놓이는 열두 글자가 각각 속에 다른 글자를 두셋씩 품고 있다고 보는 개념. 겉으로 드러난 것과 속에만 있는 것을 각각 투출과 암장이라 부르고, 이 체계는 처음부터 둘을 다른 것으로 다룬다. 우리 코드는 겉만 셌다.
검증용 사례 400개를 훑었다. 화면에 0으로 찍히던 자리 대부분이 실은 어느 글자 속에 들어 있었다. 겉에도 속에도 정말 없는 경우는 사람당 한 자리가 채 안 되는 수준. 그러니까 우리 화면이 이 기운이 없어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은 대체로 틀린 말이었다. 없는 게 아니라 안 본 것.
고치는 길은 둘. 숨은 것까지 합쳐 한 칸에 세는 쪽이 간단하다. 그러면 없다는 말이 거의 사라지는데, 대신 다른 문제가 생긴다. 겉에 드러났느냐와 속에 있느냐는 이 체계에서 서로 다른 물음이라, 한 칸에 합치면 어느 쪽에도 답하지 못하는 숫자 하나만 남는다. 부정확한 답이 정확해지는 게 아니라 엉뚱한 질문의 답으로 바뀌는 셈.
그래서 칸을 덮지 않고 옆에 하나 더 놨다. 원래 분포는 그대로 두고 숨은 분포를 따로 적는 방식. 기준선도 문구도 손대지 않았으니 어제 읽은 풀이가 오늘 뒤집히는 일도 없다. 화면에는 이렇게 나간다. 완전히 없는 건 아니에요, 태어난 날 자리 속에 그 기운이 제법 깔려 있어요.
한 가지는 일부러 뺐다. 태어난 시각을 모르는 사람한테는 우리가 채워 넣은 추정 시각을 근거로 여기 숨어 있다고 짚어주지 않는다. 추정값은 전체를 세는 데는 쓰더라도 어디에 있다고 가리키는 데는 안 쓰기로. 가리키는 순간 사람은 그걸 사실로 듣는다.
이 일이 걸리는 건 사주 쪽 이야기라서가 아니다. 값이 0인 것과 값을 안 본 것을 같은 칸에 넣어두면, 그 칸을 읽는 쪽은 늘 앞의 뜻으로 읽는다. 화면은 모르겠다는 말을 할 줄 모른다. 비면 없다고 적을 뿐. 내가 짜는 화면 대부분이 그렇게 생겼다.
이제 이 앱이 없다는 말을 아예 못 하게 된 건 아니다. 겉도 속도 빈 자리는 여전히 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게 드물다는 걸 알고 나니 그 말이 좀 무거워졌다.